중국자본 한국투자

①중국 자본은 지금 한국 금융시장 쇼핑 중.ㆍ가장 두드러진 분야 ‘보험’…인수전마다 중국 자본 관심

Bonjour Kwon 2016. 11. 22. 07:57

[차이나머니의 공습]2016.11.21

 

차이나머니(중국 자본)의 국내 금융시장 침투가 가속화하고 있다. 차이나머니는 지난해 안방보험이 국내 생명보험업계 8위인 동양생명을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 우리은행 민영화 과정에도 참여해 지분 4%를 확보했다. 게임과 영화, 드라마 같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머물렀던 중국 자본이 이제는 경제의 동맥이라는 보험과 증권, 은행 등 금융 산업까지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주식시장의 선물, 파생상품 시장까지 관심을 확대하는 등 차이나머니의 한국 공습은 금융권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차이나머니의 ‘쇼핑’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보험 쪽이다. 안방보험은 동양생명에 이어 올해 업계 11위인 알리안츠생명까지 인수했다. 아직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통과된다면 자산 40조원 규모로 업계 5위권으로 올라서게 된다. 대만 푸본생명도 지난해 말 현대라이프생명 지분 48%를 사들여 2대 주주로 등극했다.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인 ING생명은 중국 푸싱그룹과 태평생명, 홍콩계 사모펀드 JD캐피탈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KDB생명에도 중국계 금융사 두 곳이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KB손보가 된 LIG손보의 예비입찰 때도 푸싱그룹이 들어왔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국내 보험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인 데다 저금리 기조에 수익률이 나아지지 않고 있어 지금 보험사 인수전에 뛰어들 만한 곳은 자금이 받쳐주는 중국계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자금이 풍부한 곳은 ‘본부장 전결권만 1조원이나 된다’는 소리도 들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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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에서도 차이나머니의 바람이 거세다. 2014년 대만 유안타 금융그룹이 동양증권을 인수했으며 중국 자오상증권은 직접 한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8월 예비인가가 났으며 본인가를 거쳐 내년 상반기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가 상하이와 홍콩 간 교차거래인 후강퉁에 이어 선강퉁(선전-홍콩 거래소 간 교차거래)도 이르면 다음달부터 시행할 것으로 보여 중국 주식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자오상증권 진출을 계기로 더 많은 중국 본토 증권사들이 한국 시장을 노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대우증권 인수전 당시에도 중국 1위 증권사인 중신증권(시틱증권)이 대우증권 인수를 검토하면서 중국 자본이 이슈로 떠올랐다. 결국 입찰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중국 1위 증권사라는 점에서 안방보험보다 금융업권에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됐다.

 

중국 자본이 일찌감치 문을 두드린 곳은 은행 쪽이다. 입찰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공상은행이 2010년 광주은행 인수전에 관심을 가졌다.

 

최근 우리은행 과점주주에 오른 안방보험은 경쟁자가 없어 매각 자체가 무산됐지만 2014년 11월 우리은행 지분 30% 매각전에도 홀로 뛰어들었다. 지난 9월 우리은행 지분 인수를 위한 투자의향서를 제출할 땐 4~10%를 적어냈다. 정부가 4~8%씩 쪼개 팔기로 한 지분 최대치를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만큼 은행을 잡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인터넷 전문은행에도 중국 자본이 들어와 있다.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와 인터넷업체인 텐센트가 각각 K뱅크와 카카오뱅크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개인간(P2P) 금융에서도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중국계 자본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유럽계 금융사들이 속속 한국을 떠나는데 중국 자본이 활발하게 한국 진출을 꾀하는 이유는 뭘까. 한국 시장의 ‘가성비’가 좋기 때문이다.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과거 게임과 문화영역에 집중됐던 중국의 해외 기업 인수전이 이제는 금융 쪽으로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며 “금융산업이 약한 중국 입장에선 한국 시장이 싸고 매력적이라 가성비가 좋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들어 중국 정부가 금융의 국제화를 꾀하고 있어서 한국시장이 글로벌 시장으로 가기 전 발판으로 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차이나머니 ‘대표 주자’ 안방보험…지난 2년간 인수·합병에만 21조원

 

현재 차이나머니의 대표 주자는 안방(安邦)보험이다. 지난해 2월 동양생명을 인수하면서 한국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안방보험은 최근 2년여간 미국·캐나다 등지에서 공격적으로 금융사와 호텔 등을 사들이고 있다. 안방보험이 지난 2년간 인수·합병에 쓴 돈만 21조원이나 된다. 그러나 안방보험은 불투명한 자본 구조로 국제시장에서 의심도 사고 있다. 2004년 자기자본 5억위안(약 889억원)의 자동차보험사로 출발한 안방보험은 10여년 만에 619억위안(10조8000억원)의 중국 내 5대 보험사로 급성장했다.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린 건 2014년 10월부터다. 안방보험은 뉴욕 윌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19억5000만달러(약 2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벨기에 간판은행인 델타로이드 은행과 피데아 보험사도 6000억원에 사들였다. 지난해 1월에는 중국 민생은행(1조1000억원), 2월 네덜란드 보험사 비밧(2000억원), 동양생명(1조1000억원)을 잇따라 인수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보험사 피델리티도 1조8000억원에 가져갔다.

 

안방보험의 설립자나 주주를 보면 인맥이 화려하다. 설립자는 덩샤오핑(鄧小平)의 외손녀 사위(현재는 이혼)인 우샤오후이(吳小暉) 회장이다. 주요 전·현직 주주 명단에는 중국 혁명원로 천이(陳毅)의 막내아들 천샤오루(陳小魯),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의 아들 주윈라이(朱雲來) 등이 올랐다. 이 때문에 정계 인맥에 힘입어 성장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많다. 무서운 성장세만큼 우려하는 시선도 커졌다. 이들은 실질 주주와 경영진 등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았고, 비상장사여서 재무제표를 공개한 적이 한 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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