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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해외부동산 ‘싹쓸이’··· 집값 폭등, 밴쿠버· 런던 등 ‘주거 난민' 브렉시트 이후 영국 저가부동산 중국자본이 싹쓸이.서민들 ’

Bonjour Kwon 2016. 11. 23. 07:53

2016.11.22

 

런던의 보트 하우스, 오클랜드의 차고, 홍콩의 큐비클(닭장집)…. 머지 않은 미래에 서울 한강에도 ‘보트 피플’이 등장할까. 세계 주요 도시에 ‘집이 아닌 집’들이 늘어가고 있다. 자연재해 때문이 아니다. 집값 폭등으로 갈 곳을 잃은 ‘신 주거난민’의 등장이다. 이들 도시의 ‘미친 집값’의 공통분모는 ‘차이나 머니의 공습’이다.

 

사디크 칸 영국 런던시장은 지난 9월 런던시의 외국인 주택보유 현황을 정밀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비싼 런던 집값이 올해 들어 급등세를 보인 배경에 외국인의 ‘부동산 쇼핑’이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한 것이다. 런던의 집값은 지난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전까지 폭등세를 보여왔고, 여기엔 중국인 투자자의 공격적인 부동산 매입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디언은 런던 템스 강변 남부 복스홀 개발구역에 신축된 50층짜리 고급 아파트 214가구 가운데 외국인 소유가 60%를 넘는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브렉시트 이후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고 부동산 시장에 저가 매물이 쏟아지자 중국자본의 ‘부동산 싹쓸이’ 현상이 더 가속화되는 추세다. 지난 9월 중국 부동산재벌 완커가 런던 중심가 메이페어 지역의 오피스 빌딩을 1억1500만 파운드에 사들이는 등 중국 자본이 런던 알짜배기 부동산을 쓸어담고 있다.

 

런던에 값비싼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해 템스강에 보트를 개조해 생활하는 ‘신 보트피플’이 있다면, 뉴질랜드 오클랜드엔 비좁고 컴컴한 차고를 고쳐 사는 ‘차고 생활자’들이 있다. 비싼 입대료 탓에 집 대신 차고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차고마저도 400뉴질랜드 달러(약 32만원)의 임대료를 내야 한다. 뉴질랜드 부동산 감정회사 QV에 따르면 오클랜드의 평균 주택가격은 지난 9월 100만 뉴질랜드 달러(약 8억원)을 돌파해 2007년에 비해 85.5% 폭등했다. 뉴질랜드 노동당은 오클랜드 전체 주택 40%의 소유자가 중국인 성씨를 가졌다고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스위스 은행 UBS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부동산 거품위험 지수’에서 런던(지난해 1위)을 제치고 올해 1위를 차지한 캐나다 밴쿠버의 경우 최근 1년간 주택가격이 30% 넘게 폭등했다. 지난해 중국인은 밴쿠버 주택거래액의 3분의1에 해당하는 127억 캐나다달러 어치 주택을 사들였다. 집값 폭등으로 외곽으로 밀려날 처지에 놓인 벤쿠버 시민들은 지난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donthave1millon(100만달러가 없다)’는 해시태그(#)를 다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밴쿠버 주택 평균 시세가 100만 캐나다달러(약 11억2000만원)에 달하는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UBS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거품 위험이 있는 도시로 벤쿠버(1위), 런던(2위), 시드니(4위), 홍콩(6위)를 꼽아 “이들 도시는 외국인, 특히 아시아로부터 막대한 자금이 유입돼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된 동력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인 부동산 투자로 인한 집값 폭등 현상이 심각하자, 해당 국가들도 나름의 대책을 나놨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정부는 지난 8월부터 밴쿠버와 주변지역의 주거용 부동산을 거래하는 외국인에게 15%의 양도 소득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시의회가 투자 목적으로 매입해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에 1%의 세금을 부과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이같은 조치로 최근 밴쿠버의 중국인 투자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막대한 중국 자본이 급격하게 빠져나갈 경우 부동산 거품이 꺼지며 경제에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최근 몇 년 새 미국·캐나다 등에서 공격적으로 금융사와 호텔을 사들이고 있는 ‘큰손’ 중국 안방보험그룹이 일본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1일 안방보험그룹이 미국 사모펀드 블랙스톤이 소유한 23억달러(약 2조7000억원) 상당의 일본 부동산을 인수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안방보험과 블랙스톤의 인수협상이 상당히 진전됐다”며 “타결되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일본에서 이뤄지는 최대 규모의 부동산 거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2007년 모건스탠리가 전일본공수(ANA)홀딩스의 호텔 13곳을 2810억엔(약 3조원)에 사들인 이후 일본에서는 대규모 부동산 거래가 없었다.

 

안방보험이 눈독 들이는 일본 부동산은 주로 중산층을 겨냥한 도쿄·나고야·오사카 등 대도시의 아파트들이다. 블랙스톤이 2014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일본법인으로부터 1900억엔(약 2조164억원)에 사들인 부동산도 포함돼 있다. 로이터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들어선 후 저금리 정책으로 부동산 경기가 호조를 보였다”며 “주택 수요가 높은 대도시는 부동산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고 설명했다.

 

안방보험은 블랙스톤과 이미 여러 차례 부동산 인수협상을 해왔다. 올해 초 블랙스톤이 소유한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가의 업무용 빌딩을 4억달러(약 4700억원)에 매입했고, 스트래티직호텔&리조트 산하의 미국 고급호텔 16곳을 65억달러(약 7조원)에 사들였다. 데이터 제공회사 딜로직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번 일본 부동산 협상 외에도 최근 3년간 안방보험이 블랙스톤으로부터 인수한 호텔과 업무용 건물의 총 가격은 최소 160억달러(약 18조원)에 달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위안화 약세 우려로 올해 들어 중국 기업들의 해외 부동산 매입이 더 활발하다”며 “기업 인수보다 부동산 관리가 쉽고 정치적으로 덜 민감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박은경 베이징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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