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행사.건설사

대우건설 지분 50.75%.2조내외.국내기업 소극적. 사우디 아람코.말레지아 페트로나스.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 등. 유력?

Bonjour Kwon 2017. 10. 30. 08:26

대우건설 해외에 매각되나, 국내기업은 '승자의 저주' 겁내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기사승인 2017-10-29 04:38:44

 

KDB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문재인 정부의 계속된 부동산대책으로 앞으로 건설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대형건설사가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산업은행은 조건만 맞으면 대우건설을 해외기업에도 매각할 수 있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 대우건설 인수후보로 누가 꼽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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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11월13일까지 대우건설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들로부터 예비입찰제안서 및 관련서류를 제출받아 예비입찰을 마감한다.

 

▲ 송문선 대우건설 대표이사.

 

8월부터 매도자 실사를 통해 매각공고를 내기 위한 사전작업을 벌였는데 두달 만에 매각이 본궤도에 오른다. 매각대상은 산업은행이 사모투자전문회사 KDB밸류제6호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대우건설 지분 50.75%다.

 

대우건설은 국내에서 시공능력평가 3위에 오른 대형건설사일뿐 아니라 해외 건설전문지 ENR이 뽑은 매출 상위 건설사에서도 글로벌 46위에 올라 있다. 누가 대우건설을 인수할 지를 놓고 건설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인수후보로 여러 기업이 거명된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석유중심의 경제구조에서 탈피하는 ‘비전2030’ 프로젝트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시공능력이 우수한 건설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영석유기업인 아람코를 통해 대우건설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는데 지난해와 올해 아람코 관계자가 수차례 대우건설을 방문해 대우건설 매각상황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국영에너지기업인 페트로나스도 대우건설 인수를 상반기부터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자산규모만 110조 원이 넘는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도 인수전 참여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국내 대형건설사들과 부영과 호반건설 등 재무구조가 좋은 중견건설사들로 인수후보를 넓힐 경우 10개 안팎의 기업이 대우건설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 국내기업은 인수 쉽지 않아

 

27일 대우건설 종가를 기준으로 본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지분가치는 1조5천억 원가량이다. 대우건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산업은행이 쥘 수 있는 돈은 1조8천억~1조9천억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으로 최대 2조 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심 기대하고 있다. 대우건설이 올해 초에 향후 잠재부실을 대거 털었을 뿐 아니라 보유하고 있는 수주잔량도 많아 인수전이 흥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으로 향후 부동산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뉴시스>

 

하지만 국내기업이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향후 부동산시장 전망을 감안할 때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네 차례나 부동산 관련한 대책을 내놓으며 부동산시장을 규제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대우건설은 최근 2~3년 동안 주택경기의 호황 덕에 주택부문의 수주잔고를 16조6천억 원 넘게 쌓아놨지만 앞으로 주택시장 성장세는 앞으로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분양가상한제와 후분양제 등까지 도입되면 주택사업의 수익성이 후퇴할 수도 있다.

 

대우건설은 성장의 다른 축인 해외사업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해외수주 텃밭으로 불린 중동에서 발주규모가 확 줄어들면서 일감확보에 고전하고 있다. 대우건설이 보유한 해외사업 수주잔량은 상반기 말 기준 6조5367억 원으로 2014년 말과 비교해 44%나 줄었다.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대우건설이 지금은 사상 최대 분기실적을 내고 있지만 2~3년 뒤에는 성장세가 꺾일 수도 있다는 전망이 증권가 안팎에서 나온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규제하겠다는 방향으로 정책기조를 잡은 상황에서 대우건설 인수전에 무리하게 뛰어들 기업은 적어도 국내에서는 없다고 본다”며 "대우건설의 플랜트, 인프라 시공능력을 탐내는 해외기업들이 인수전에 베팅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 승자의 저주에 빠질까 두려워

 

대우건설 인수전를 놓고 국내기업들 사이에서 ‘승자의 저주’ 얘기가 나오는 것은 과거 대우건설을 품에 안았던 기업이 건설경기 위축으로 낭패를 받던 기억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에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등을 동원해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당시 대우건설 주식이 주당 1만4천 원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90%에 가까운 프리미엄을 붙여 주당 2만6200원에 사들였다.

 

인수에 투입된 자금만 모두 6조4천억 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3조5천억 원은 외부의 재무적투자자(FI)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건설업계 선두권인 대우건설을 품에 안은 데 힘입어 당시 재계 순위가 11위에서 8위로 껑충 뛰었다.

 

대우건설 인수효과를 볼 것이라는 기대는 2년 만에 무너졌다. 2008년 말에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가 터지면서 세계경제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주가는 2009년 초에 주당 1만 원대 초반까지 급락했는데 재무적투자자들에게 갚아야 하는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된다.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인수 2년 반 만인 2009년 6월에 대우건설을 되팔기로 결정했고 지금도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

 

투자은행업계에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사세를 확장하려는 욕심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대우건설을 인수한 것이 ‘승자의 저주’에 빠지게 된 원인으로 보고 경기변동을 예측하지 못한 대표적 인수합병 실패사례로 꼽는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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