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구조조정.자산유동화.

GE의 구원투수 "그룹 해체 추진"추락하는 실적에 `고육책` 전력·항공 등 핵심사업 분사·분리후 매각 추진

Bonjour Kwon 2018. 1. 18. 07:08

2018.01.17

 

한때 사업 다각화와 선단식 경영의 대명사였던 125년 역사의 제너럴일렉트릭(GE)이 각 사업 부문을 쪼개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미국의 대표적인 `공룡기업`으로 전력, 가전, 기계설비, 제트엔진, 헬스케어, 금융, 전구, 기관차 등 각양각색의 사업군을 거느렸던 GE이지만 추락하는 실적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각 사업군이 갈가리 해체될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8월 GE 구원투수로 등판한 존 플래너리 최고경영자(CEO)는 16일(현지시간)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그룹 핵심 사업인 전력, 항공, 헬스케어를 비롯해 모든 계열사를 대상으로 분사 혹은 분리 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급락한 기업가치를 어떻게든 끌어올리기 위한 극약처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플래너리 CEO의 이 같은 발언이 잭 웰치 전 GE 회장 때부터 이어져온 GE식 거대 그룹 체제의 해체를 의미한다고 전했다.

 

1981∼2001년 20년간 GE를 이끌어온 웰치 전 회장은 재임 기간 1000개에 달하는 인수·합병(M&A)을 주도하며 사세를 키워나갔다.

 

2001년 바통을 이어받은 제프리 이멀트 전 회장은 금융·가전·미디어사업에서 발을 빼고 에너지·엔진·바이오 등을 강화하는 종합 인프라스트럭처 기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2011년에는 소프트웨어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할 것을 선언했지만 비대해진 몸집을 제대로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GE 전체 인력은 29만5000명에 달한다.

 

플래너리 CEO는 "최상의 사업 구조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GE를 전면 개조한다는 목표하에 계속해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안은 오는 봄에 발표할 방침이다. 사실상 그룹 분해까지 각오한 그의 발언은 그만큼 GE가 `부실의 늪`에서 빠져나오기가 어렵다는 방증이다.

 

특히 GE 보험·금융 부문인 GE캐피털이 지난해 4분기 62억달러(약 6조6000억원)에 달하는 세후 손실을 봤다는 소식이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GE가 10년 전에 매각했던 보험사업 부문의 채무 손실을 메우기 위해 향후 7년간 150억달러를 추가로 투입해야 할 판이다.

 

GE 주가는 영업 부진 여파로 지난해 40% 넘게 급락했고 1000억달러가 넘는 기업가치를 날려버렸다. 지난해 미국 증시가 쾌조의 상승세를 거듭했던 것과 대비된다. 분사 등 구조조정 방안이 전해진 이날 GE 주가는 2.93% 하락해 주당 18.21달러에 그쳤다.

 

월가 금융기관 관계자는 "미국 제조업의 상징과도 같았던 GE가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는 것은 항공기 부품부터 병원 의료장비까지 만드는 문어발식 확장 경영이 얼마나 지속되기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빛의 속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기업 덩치와 의사결정 구조를 보다 슬림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로버트 살로몬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GE는 지나간 시대의 유물과 같은 회사"라고 말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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