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구조조정.자산유동화.

현대백화점그룹 순환출자 고리 해소.정지선 회장·정교선 부회장, 현대A&I·그린푸드 지분매입 IT사업 분리 현대IT&E 설립`VR테마파크`조성도

Bonjour Kwon 2018. 4. 6. 07:00

 

2018.04.6

 

현대백화점그룹이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그룹 내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했다. 그룹 오너인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이 직접 계열사 지분을 매입·매각해 순환출자 고리를 깼다. 지배구조를 개선해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5일 현대백화점그룹은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와 현대쇼핑 이사회를 열어 순환출자 해소 등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핵심은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직접 계열사 간 순환출자 관련 지분을 매입한 것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크게 3가지다.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A&I→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A&I→현대백화점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먼저 정 회장은 현대쇼핑이 보유한 현대A&I 지분 21.3%(5만1373주)를 매입했다. 이전까지 현대백화점이 지분 100%를 보유한 현대쇼핑은 현대A&I 지분을 보유하고, 다시 현대A&I는 현대백화점 지분 4.3%를 보유하는 식으로 순환출자 구조가 형성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 지분 매입으로 현대A&I와 현대쇼핑 간 고리가 끊어지게 됐다.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A&I 지분은 기존 52%에서 73.4%로 늘어났다.

 

정 부회장은 현대쇼핑이 보유한 현대그린푸드 지분 7.8%(757만8386주)를 매입했다. 이를 통해 현대백화점이 지분 100%를 가진 현대쇼핑이 현대그린푸드 지분을 보유하고, 다시 현대그린푸드가 현대백화점 지분 12%를 보유하고 있던 고리가 깨졌다.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그린푸드 지분은 기존 15.3%에서 23%로 늘었다. 이 두 가지 순환출자 고리가 끊어지면서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A&I→현대백화점`으로 이어지는 세 번째 고리도 자연스럽게 해소됐다.

 

현대백화점그룹에 따르면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소요된 자금은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각각 은행 차입과 보유 계열사 지분 매각을 통해 마련했다. 정 회장은 현대A&I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약 320억원을 은행에서 차입했다. 정 부회장은 본인이 보유하고 있던 1200억원 상당의 현대홈쇼핑 주식 114만1600주(9.5%) 전량을 현대그린푸드에 매각했다.

 

이에 현대홈쇼핑 최대주주는 기존 현대백화점(15.8%)에서 현대그린푸드(15.5→25.0%)로 변경됐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당초 지난해 말까지 순환출자를 해소할 계획이었지만 지분이 변동되는 과정에서 현대홈쇼핑 대주주가 현대백화점에서 현대그린푸드로 변경되는 부분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사전 승인을 받느라 일정이 4개월가량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선제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것은 투명하고 선진화한 지배구조를 완성하겠다는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재원 마련과 세금 부담 등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재를 출연해 직접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신사업 추진 안건도 통과됐다. 그룹 IT사업부를 현대그린푸드에서 물적분할해 별도 법인인 `현대IT&E(현대아이티앤이)`를 설립한다.

 

현대그린푸드는 IT사업부를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 독립된 정보기술(IT) 전문회사로 분사한다고 이날 공시했다. 현대IT&E에는 기존 IT사업부 외에 새롭게 `VR(가상현실) 전담 사업부`를 만든다. IT사업부는 기존의 그룹 전산 관리 작업 외에 유통 관련 IT 신기술을 개발·운영하게 된다. 디지털 헬스케어, 클라우드 운영 대행 서비스 등 다양한 IT 관련 신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VR사업부는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현대아울렛과 유동 인구가 많은 전국 주요 거점에 대규모 VR테마파크를 조성·운영하게 된다. 이미 국내 VR 중소기업, 해외 VR 전문업체들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올 10월께 VR테마파크 1호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앞으로 2년 내에 10개 이상의 VR테마파크를 개장한다는 구상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기존 IT사업부는 특성상 내부 매출 비중이 높았지만 이번 분사로 유통 관련 IT·VR 사업 등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게 돼 내부 거래 의존도가 대폭 낮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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