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관투자자

해외빌딩 가격 너무 올라…쇼핑몰·콘도 투자 저울질중"

Bonjour Kwon 2013. 9. 17. 13:33

400조 굴리는 이찬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도시화 속도 빠른 중국에 투자 기회 많아…국민 돈 손해주는 기업엔 의결권 적극 행사

2013.09.15 17:19:48 입력, 최종수정 2013.09.15 21:31:40

◆ 대한민국 포트폴리오 ① ◆

 

 

 

"주식시장에 등락은 있겠지만 추세적인 상승보다는 중장기적으로 횡보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이럴 땐 대체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해외 쇼핑몰이나 고급 콘도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무려 400조원의 세계 3위 기금을 주무르는 이찬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13일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지난 3년간 언론의 공식 인터뷰를 거절해온 건 자신의 발언이 의도하지 않은 영향을 시장에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400조원이면 대한민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고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모든 주식을 다 사고도 193조원이 남는 돈이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런 그가 10월 17일 퇴임을 앞두고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먼저 올해 국민연금의 예상 수익률을 물었다. 비관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큰 변수가 없다면 올해 수익률은 2~3% 수준이 될 것 같습니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7%였다.

 

이 본부장은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에서 평가손실이 났고 주식시장도 최근 상승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연초 수준으로 회복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올해는 수익을 많이 내기 힘든 시장이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정보가 실시간으로 모이고 자산운용의 최고수들이 모여 있다는 국민연금마저 고전할 수밖에 없는 투자여건인 셈이다.

 

그는 한국 증시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긍정적`, 중장기적으로는 `중립` 의견을 제시했다. 이 본부장은 "당분간 외국인 매수세와 다른 신흥국들과의 차별성 등으로 한국 증시가 2000 이상으로 오를 수는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증시나 한국 증시나 지속적인 강세장이 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적인 예로 미국을 들었다.

 

그는 "미국 다우지수가 1980년대 중반 이후 계속 상승추세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1980년대 14%가 넘던 채권금리(10년물 국채 기준)가 3%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주식시장에 돈이 몰렸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미국에서 그런 시장이 다시 찾아오기는 힘들다는 게 이 본부장의 시각이다.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과거와 같은 경제성장률을 기대하긴 힘들다는 점에서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대체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의 대체투자는 현재 약 37조원 규모인데 앞으로 규모와 비중을 더 늘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런 그가 지금 유심히 쳐다보는 대체투자 대상은 쇼핑몰과 고급콘도다.

 

이 본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투자한 영국 HSBC건물, 독일 베를린 소니센터 등은 수익률이 아주 좋지만 지금은 오피스빌딩의 가격이 너무 올랐다"며 "앞으로는 쇼핑몰이나 고급콘도 시장에서 좋은 매물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도시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중국에서 이와 관련된 투자기회가 많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본부장은 인프라(사회간접자본) 투자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전력회사와 같은 에너지 관련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배당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아직 국민연금에 허용되지 않은 헤지펀드에 대한 애착도 드러냈다.

 

최근 국민연금을 둘러싼 민감한 이슈인 의결권 강화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펴면서도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 본부장은 "기본적으로 국민연금의 운용자산은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돈"이라며 "우리가 투자한 기업의 가치가 훼손되면 모든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만큼 딴짓하는 회사에는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CIO는 상상을 초월한 자리다. 국내에선 유일하게 글로벌 3대 사모펀드(PEF) KKR의 공동창업자인 헨리 크라비스가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 나와 90도로 인사할 정도의 인물이다. 파리에 거주하는 세계적 금융재벌 가문의 로스차일드 7세를 단숨에 영국 런던으로 달려오게 할 수 있는 위치다.

 

그런 이 본부장은 3년 임기를 마친 뒤 "대학교에서 투자 실무론을 강의하며 국민연금에서 쌓은 소중한 경험을 함께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년 유관기간 취업금지 규정 때문에 자산운용업계로 복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손일선 기자 / 강봉진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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