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흐름. 미래변화>****

EU거센 환경규제에. 英BP 탄소중립 선언.스타벅스는플라스틱 퇴출시동.네슬레는 재활용소재개발 투자. MS는 탄소마이너스에도전

Bonjour Kwon 2020. 2. 14. 07:07

2020.02.13

탄소 줄이기 나선 글로벌기업

 

금융사 "환경기업 우선 투자

 

12일(현지시간) 기조 연설하는 버나드 루니 신임 BP CEO. [AFP = 연합뉴스]

굴지의 글로벌 석유회사인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BP의 파격 선언은 그간 화석에너지에 기반해 독점적인 영향력을 자랑해온 석유회사도 결국 '탄소배출 줄이기'라는 시대 흐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탄소배출량 감축이 비교적 용이한 정보기술(IT) 업계가 아니라 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 석유회사에서 나온 선언이기에 의미가 작지 않다.

 

영국 BBC방송은 버나드 루니 신임 BP 최고경영자(CEO)가 12일(현지시간) 기조 연설을 통해 "우리는 완전히 변해야 한다"면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적인 회사가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고 이날 전했다.

 

 

 

탄소 중립이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를 흡수하는 대책을 통해 순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지난주 취임한 루니 CEO는 "사회는 우리가 변하기를 기대한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수조 달러가 에너지 시스템을 바꾸는 데 투자되고 있으며, 우리 회사도 땅에서 캐내는 석유·가스로 인해 나오는 탄소를 상쇄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BP는 지난해 하루에 264만배럴 규모 석유를 생산했고 한 해 동안 5억달러(약 6000억원)를 전기차 배터리 충전 시스템과 태양광 등 저탄소 기술에 투자한 바 있다.

 

다만 루니 CEO는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그린피스 등 일부 환경단체는 구체성이 없는 선언에 불과하다는 평을 내놓았다고 BBC가 전했다.

 

'탄소배출 줄이기'는 글로벌 기업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가 쓰레기 전쟁과 대형 산불·이상 고온 등으로 시름하는 가운데 스타벅스, 네슬레,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대형 기업이 앞다퉈 기후변화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캐나다 일간 글로브&메일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올여름부터 해외 매장 중 캐나다 1600곳을 시작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소재 검은색 식기류에 대해 단계적 폐지에 나선다고 지난달 밝혔다. 앞서 스타벅스는 2018년 7월 한국 등 전 세계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2020년까지 퇴출시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케빈 존슨 스타벅스 CEO는 지난달 공동성명을 통해 "회사는 탄소배출량보다 저장량을 더 늘리고, 사용하는 물보다 더 깨끗한 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2030년까지 쓰레기와 탄소배출량, 물 사용량을 각각 절반으로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 샌드위치에 식물성 고기를 쓰고 재활용 용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식물성 고기 메뉴는 단순히 채식주의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소·돼지·닭 사육에 따른 탄소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글로벌 1위 식품업체로 꼽히는 네슬레의 마크 슈나이더 CEO는 지난달 "2025년까지 신규 플라스틱(Virgin Plastic) 사용량을 3분의 1로 줄이고, 2050년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CNN이 전했다. 네슬레는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식품 포장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신규 플라스틱 대신 재활용 플라스틱 200만t을 사들이는 데 2025년까지 16억달러(약 1조8070억5500만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지속가능한 포장재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업체들에 투자하는 2억6000만달러도 포함된다.

 

 

금융·IT기업들 역시 속속 탄소배출 감축 선언에 동참하고 있다. 브래드 스미스 MS 사장은 지난달 "우리는 탄소배출량 제로가 아니라 마이너스(-)에 도전한다"며 "1975년 설립 이래 회사가 배출한 탄소량을 모두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모든 사무실과 공장을 재생에너지로 가동하고, 2030년까지는 업무용 차량을 전기차로 바꿀 계획이다. 또 '기후혁신 펀드'에 4년간 1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MS 측에 따르면 회사는 2012년에 탄소배출권 매입 등을 통해 탄소 중립(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을 달성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른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가 화두로 떠올랐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는 지난달 14일 연례 서한에서 "석탄 등 화석연료 관련 업계 등 환경의 지속가능성 면에서 '고위험 기업'이면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처럼 글로벌 공룡 기업들이 앞다퉈 탄소배출량 감축을 선언하는 것은 유럽연합(EU)의 규제 강화에 대응하는 측면이 크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는 기후변화 청사진 '유럽 그린딜'을 마련했다. EU는 산업별 세부 목표 등을 1~2년 안에 법제화할 방침이다. 탄소배출권거래제를 해양·육상·건설업으로 확대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30년까지 감축 목표를 50~55%로 상향(현행 40%) 조정하며, 플라스틱은 2021년부터 규제 시행 예정인 10개 금지 품목 외에 미세플라스틱에도 사용 제한을 추진할 계획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국가의 수입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세도 도입할 예정이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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