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구조조정.자산유동화.

현대상선 자산매각 추진 산은과 여신거래특별약정 체결 부산신항만 지분 매각 가능성

Bonjour Kwon 2013. 11. 9. 22:26

서민우기자 ingaghi@sed.co.kr

재무구조 개선 압박을 받고 있는 현대상선이 보유자산 매각을 추진해 추가 유동성 확보에 나서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채신속인수제 참여와 유상증자 결정으로 내년까지 화급한 유동성 위기는 넘겼지만 해운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현대상선이 지난 2010년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한 차례 꺼내들었던 현대부산신항만㈜ 매각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해운업계와 금융계에 따르면 이달 만기인 회사채 2,800억원 차환발행을 위해 회사채신속인수제에 참여한 현대상선은 최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맺은 여신거래 특별약정(MOU)에서 보유자산 매각의사를 전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계획 이행방안 중 하나로 '자산매각을 통한 차입금 증가 없는 유동성 확보'를 약속한 것이다.

 

구체적인 매각 대상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컨테이너 전용 터미널 자회사인 현대부산신항만의 유동화를 고려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신항만은 지난해 207만8,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의 물동량을 처리했으며 부산항만공사가 선정한 '올해의 우수 터미널'에 2년 연속 선정된 알짜회사다. 현대상선이 100% 지분을 보유한 대표적 자산으로 시장가격이 약 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매각이 이뤄질 경우 현대상선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부산신항만의 지분 및 운영권을 넘기는 세일즈앤드리스백(매각 후 임대) 형태가 유력하다. SPC에 신항만의 지분과 운영권을 넘기되 일정기간이 지나면 이를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갖는 방식이다. 이 기간에 SPC에는 임대료만 지불하면 된다. 운영권을 넘기더라도 우호적인 투자자를 모집하면 사실상 자회사와 다를 바 없다.

 

현대상선은 지분처분에 따른 현금유입으로 충분한 실탄을 마련할 수 있고 향후 해운경기가 회복되면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지분을 다시 취득할 수도 있다. 재무구조가 나쁜 현대상선 입장에서는 일석이조인 셈이다.

 

현대상선은 3년 전에도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이런 방안을 추진한 전례가 있다. 2010년 현대건설 인수전에 참여한 현대상선은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신항만 지분 '50%-1주'를 약 2,000억원에 SPC에 매각하기로 했다가 인수실패로 철회했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자산을 매각하면 결국 터미널이 될 수밖에 없는데 핵심 영업자산을 쉽게 내놓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결국 우선매수권을 갖는 세일즈앤드리스백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현대상선이 계속 자산을 소유하면서 쓸지 아니면 급한 대로 돈을 융통하고 사용료만 내는 방식을 택할지 하는 선택의 문제만 남았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상선은 내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5,000억원 가운데 4,000억원을 회사채신속인수제 참여로 해결하기로 했다. 다음달 초에는 2,145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내년 만기인 2,5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2015년까지 차입금 2,500억원을 줄이고 매출채권과 채무관리를 강화해 선제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불필요한 대주주의 경영간섭 자제와 원가절감 등 경영활동 개선도 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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