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은행 국제화 만시지탄?… 규제장벽 낮춰야. 해외진출 피할 수 없어 / 국내법과 현지법이 충돌하면 현지법을 우선시 하는 것으로 개정을 추진 중

Bonjour Kwon 2014. 6. 1. 23:14

기사입력 2014-06-02

 

현재 국내 은행산업의 국제화와 동북아금융허브 전략에 대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은행들의 해외진출이 점포 수나 채용인원에 있어 활기를 잃어가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정책의 기조가 자유화 및 규제완화에서 금융건전성 기준 및 감시감독 강화로 바뀌며 국제금융허브에 대한 공감대도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한국국제금융학회와 전국은행연합회, 한국금융연구원이 29일 서울시 중구 소재 은행회관에서 주최한 ‘한국의 은행 국제화와 동북아 국제금융센터 현주소’ 정책세미나에서는 은행산업 국제화의 현주소에 대해 짚어보고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 은행 국제화는 생존위해 ‘필수’

 

은행산업 국제화가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의견에는 참석자 대다수가 공감했다. 발표자로 나선 한국금융연구원 서병호 연구위원은 “비즈니스의 기본은 고객만족이므로 기존 국내고객의 국제금융 수요 충족을 위해 국제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동남아시아의 무역금융을 장악하던 유럽게 은행들이 철수한 후 이 자리를 일본 대형은행들이 대체하면서 일본은행 전체의 수익률이 오른 사례를 교훈 삼아 “고령화, 저금리, 저성장 기조에서 새로운 수익률 창출을 위해 국제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산포트폴리오를 지역적으로 다양화해 리스크의 다각화를 꾀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러나 현재 은행들의 해외 진출에 있어 문제점들이 만만치 않다. 서 위원은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에 대해 △전체 점포 수 대비 비중이 정체돼있고 특정 국가에 편중돼 있는 등 해외점포 수 △현지채용 비중과 점포 당 임직원 수가 감소되고 있는 등 해외점포 인원 △수익률의 높은 변동성과 국내점포 수익률과의 높은 상관관계 등 수익성 문제 △자금조달 구조와 자산운용 및 금융서비스의 제약과 혁신의 부재 등 비즈니스 모델 관련 문제 등을 지적했다. 해외진출 관련 규제장벽이 높은 것도 걸림돌이다.

 

서 위원은 국내 은행산업 국제화를 위해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춘 현재의 방향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장애요인을 제거하고 금융외교를 강화”하는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또한 은행들도 “말단 직원에서 시작해 회장에 오르는 샐러리맨 신화를 재건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과 순환근무제 축소 등으로 전문경영인 양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동북아금융허브 추진 공감대 약화

 

정부는 지난 2003년 자산운용업을 중심으로 2020년까지 한국을 아시 3대 금융허브 중 하나로 육성하겠다는 ‘동북아금융허브’ 전략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날 세미나에서 발표에 나선 건국대 유재원 교수와 대외정책연구원과 윤덕룡 선임연구위원의 ‘동북아금융허브(지역금융센터)로서의 한국의 경쟁력 현황과 과제’ 발표에 따르면 동북아금융허브를 위한 진행 상황은 현재 그리 밝지 않다.

 

유 교수는 “글로벌 외환위기 이후 금융정책의 기조가 자유화 및 규제완화에서 금융건전성 기준 및 감시감독 강화로 바뀌며 국제금융허브에 대한 공감대가 약화됐다”며 “관련 정책도 후퇴하고 추진동력도 약해졌다”고 진단했다. 또한 투명하지 못한 감독행정 및 규제는 외국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전문인력과 영어구사가능 지원인력 양성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유 교수는 무역진흥회와 같이 국가 전체의 역량이 집중될 수 있는 시스템과 금융국제화의 인프라 구축 등의 과제를 제시하며 “동북아의 문화적 중심지로 부상하고 G20에서의 역할이 증대했으며 IT기술력이 우위인 점 등 한국의 강점을 꼽으며 이를 발판으로 금융허브 육성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제와서 너무 늦었다”

 

발표에 이은 패널토론에선 매서운 비판들이 이어졌다. 토론자로 참석한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은 “은행산업의 국제화와 동북아 국제금융센터 모두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현재 국내 상황에서는 공허하게 들릴 뿐”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우리 은행의 국제화는 본국의 자금을 해외로 가져가 현지의 한국기업에 대출해주는 수준에 불과하다. 해외 점포로의 인력 파견 역시 간부들의 퇴직코스거나 ‘고생했으니 쉬다오라’는 식에 그친다”고 비판하며 “은행 국제화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함에도 대다수의 CEO가 그런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은행들의 인력관리나 지배구조가 이렇게 가다가는 국제화는 요원한 일”이라 주장했다.

 

강 의원은 “금융허브의 기본 토양은 규제 최소화인데 규제당국 조차도 어떤 규제가 있는지 모를정도로 복잡하다”며 금융규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은 “제조업도 조만간 중국이 잠식할 것이고 우리가 가야할 길은 금융과 같은 창조산업임이 명확하다”며 “그러나 오늘 세미나와 같은 논의는 너무 늦었다. 이미 20~30년 전부터 진행됐어야 했다”고 탄식했다.

 

또한 “선진국들은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외국에 투자한다. 그런데 왜 한국 사람들은 국내 자산에만 투자하냐”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CEO 연대보증이나 주택담보대출의 문제점을 언급하며 “금융의 기본은 위험을 평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 기능이 모두 마비됐다. 이 부분이 해결돼야 해외에 나가도 성공할 것”이라 말했다.

 

박광우 KAIST 금융전문대학원 교수는 스페인 산탄데르 은행을 대표적인 예로 들며 “은행들의 해외진출은 M&A를 통해서 하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책적 지원 부족으로 글로벌 외환위기 이후 중국과 일본에 비해 유럽에 나온 좋은 매물들을 확보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 국장은 “해외 성장동력 어떻게 찾을지에 대해 정부 측에서도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입을 열며 “올해 2월 감독법 개정으로 현지법인을 인수할 때 사전보고 없이 사후보고만 하도록 바뀌었고 현재 해외진출 시 국내법과 현지법이 충돌하면 현지법을 우선시 하는 것으로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해외진출 점포의 영업평가 유예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금융외교를 강화하려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