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4.04.15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일본이 파나마운하 확장 공사의 조기 완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운하 확장에 20%에 가까운 자금을 지원하면서 조기 공사를 종용하고 있다. 공사가 제때 마무리되지 않으면 에너지 조달 계획에서 핵심이 되는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에 차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확장 공사가 지체되고 있는 파나마 운하에 대해 조기 완공을 조건으로 내걸고 추가 자금 지원 검토에 들어갔다. 항만 정비 등에 100억엔(약 1023억원)을 추가 대출해주는 대신에 파나마 정부에 조기 공사나 통항료 억제를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이날 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을 의장으로 하는 경협인프라전략회의를 열고 정부 방침을 논의한다. 운하 확장비는 총 52억달러(약 5조4200억원)에 달하며 파나마 정부는 이중에서 23억달러를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다.
일본은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을 통해 8억달러를 지원하는 최대 대출국이며 추가 지원에 의해 총 대출 규모는 최대 900억엔(약 9200억원)이 될 전망이다. 자금은 파나마의 철도, 항만 등 인프라 사업에 쓰인다. 상하수도의 보급이나 농업생산 등의 기술 지원도 검토한다.
현재 파나마운하는 폭이 32m의 선박밖에 다닐 수 없어 폭 40m를 넘는 표준적인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선은 운하를 지나갈 수 없다. 2007년에 확장 공사를 시작했지만 추가 공사비를 둘러싸고 사업자와 정부의 갈등으로 완공 시기가 당초 2014년에서 2016년 초로 늦춰질 전망이다.
현재의 계획보다 더 늦어지게 되면 미국 동부 해안에서 액화한 셰일가스를 수입하는 일본은 에너지 조달 계획에서 큰 차질을 빚게 된다. 미국산 셰일가스의 수입은 일본의 화력발전 비용을 낮추는 것이 목적이지만 파나마운하를 이용할 수 없다면 셰일가스 수입이 별다른 의미가 없게 된다.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나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우회하는 루트로 가스를 수입하면 수송거리가 훨씬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파나마운하를 경유하면 약 20일이 소요되지만 수에즈운하의 경우에는 약 35일, 희망봉 루트로는 약 45일이 걸린다. LNG 수송 비용이 파나마운하 루트를 이용하는 경우보다 최대 60~70% 높아진다.
파나마 정부는 확장 공사와 함께 연내에 새로운 운하의 통항료도 결정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운하 이용료를 낮추는 것도 강조할 방침이다.
한편 아베 신조 총리 정부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유지해온 '원전제로' 방침과 결별하고 원전을 중요한 에너지 원천으로 다시 인정하는 '에너지기본계획'에 지난 11일 합의했다. 이에 따라 가동이 정지된 원자로에 대해 안정성이 확인되는대로 재가동할 방침이다.
특히, 일본은 2020년까지 원자력 에너지와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비중을 50%이상으로 늘리고 2030년까지 70%로 높인다. 일본은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안전을 우려해 원전 가동을 모두 중단시켰고, 이후 전력을 충당하기 위해 천연가스 등 수입 에너지에 크게 의존하면서 거의 2년 동안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하자 원전 재가동으로 방침을 바꿨다.
일본이 원전 재가동으로 방침을 바꿨지만 안전진단을 통과할 수 있는 원전은 현재 남아 있는 48기 가운데 3분의 1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자체 분석을 통해 최근 보도했다. 이로 인해 값싼 셰일가스 수입은 일본의 에너지 조달 계획에서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현재 도시바 등 일본 기업들은 미국에서 총 4개 셰일가스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 2월까지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모두 승인을 받았다. 이들 기업들은 수입 첫해인 2017년에는 총 2500만톤의 셰일가스를 확보할 전망이다. 이를 화력발전에 모두 활용할 경우, 원전 20기 이상에 달하는 발전량을 생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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