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등세계경제정치사회역학분석

"사장·직원없는`가상회사'가 대기업과 경쟁한다"가상화폐 스타트업`다오`클라우드펀딩으로 자금조달 이사회·사장동의 필요없어.

Bonjour Kwon 2016. 10. 14. 06:34

화폐보유량따라수익배분

2016.10.13

 

◆ 제17회 세계지식포럼 / 2050년 퓨처키워드 ◆

■ 글로벌 `IT구루` 돈 탭스콧 회장의 미래전망

 

글로벌 `IT 구루` 돈 탭스콧 탭스콧그룹 회장이 13일 서울 장충아레나에서 열린 17회 세계지식포럼 `탭스콧의 2050 퓨처 키워드` 세션에서 미래의 세계 기업 모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최고경영자(CEO)도 임직원도 없는 회사를 상상할 수 있습니까? 블록체인(분산형 거래 시스템) 같은 미래 정보통신기술 발전이 있다면 가능합니다. 이제 기업이라는 개념마저 크게 뒤바뀌는 시대가 올 겁니다."

 

글로벌 `IT 구루` 돈 탭스콧 탭스콧그룹 회장이 그린 2050년 미래 모습에 13일 세계지식포럼을 찾은 청중들은 매혹됐다. 그는 이날 `탭스콧의 2050 퓨처 키워드` 세션을 맡아 마치 재미있는 공상과학(SF) 소설에서 빠져나온 것 같은 미래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풀어냈다.

 

특히 그는 블록체인을 통한 기업과 산업의 변화를 전망하는 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블록체인이란 원래 디지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거래를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예컨대 A와 B가 금융 거래를 한다면 은행 등 중간 관리회사를 통하지 않고 당사자들끼리 직거래를 하되 모든 거래 정보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한 게 특징이다. 거래 정보가 은행 서버 등 한 곳에 담겨 있지 않고 모든 거래 참가자 컴퓨터에 분산 저장되기 때문에 해킹 위험을 낮춰준다는 장점이 있다.

 

탭스콧 회장은 블록체인으로 기업 혁명을 일군 사례로 가상화폐 스타트업인 `다오(DAO)`를 꼽았다. 다오는 가상화폐인 다오 토큰을 통해 벤처 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펀드다. 개별 프로젝트에 다오 토큰을 베팅해 투자하고 사업이 성공하면 다오 토큰 보유량만큼 이익을 배분받는 구조다. 다오 토큰은 단순한 가상화폐만이 아니라 주식 성격도 갖고 있다. 개별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이 가상화폐를 통해 회사에 투자하되 더 많은 화폐를 가진 투자자들이 투자 방향을 결정하는 데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전 세계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개별 사업 투자금을 모으고, 사업 방향을 결정하고 화폐 보유량에 따라 수익까지 배분받기 때문에 전통적인 기업 스타일의 이사회나 사장, 임원 등이 필요 없다는 얘기다. 그는 "다오가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3주 만에 1억6000만달러를 조달했는데 이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을 통해 이룬 성과"라며 "기업 형태에 심오한 변화가 예고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탭스콧 회장은 글로벌 금광회사 골드코프(Goldcorp) 성공도 빅데이터 공유의 새 경영 실험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골드코프가 금맥을 찾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실패하고 막대한 손실을 봤다"며 "이후 `우리가 못 찾으면 다른 사람이 알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보유 금맥 데이터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금이 나올 만한 지역을 알려주는 사람에게 50만달러의 상금을 주겠다는 콘테스트를 열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전 세계 77개 회사가 이 경연에 참가했고 결과적으로 골드코프는 34억달러어치 금을 찾아냈다"며 "역량을 끌어모으는 방법에 대한 창의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탭스콧 회장은 "2050년 한국에서 태어나는 새로운 세대는 모두 의료, 학교 교육 등 다양한 블록체인 아이디(ID)를 갖고 있을 것"이라며 "전 세계 모든 사람이 광범위한 네트워크로 연결돼 공통의 가치를 위해 신뢰하고 협력할 수 있다면 멋진 세상이 펼쳐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상호 신뢰를 블록체인의 성공 필수 요인으로 손꼽았다. 탭스콧 회장은 "새들이 군무를 출 때 독수리 등 외부 적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서는 너무 떨어져 있어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까우면 서로 부딪칠 수밖에 없다"며 "개방형 지식공유 세계에서도 적당한 선을 유지하며 서로 의존하며 신뢰를 쌓아가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비유했다. 그는 "기술 발전이 반드시 번영을 가져다주는 게 아니다"며 "번영은 결국 사람이 만들어 가는 것이고 미래 역시 예견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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