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자본 한국투자

中자본 제주 부동산 `엑소더스`상반기 총 보유토지중 3.9% 처분…사드·투자규제 영향.중국인의 제주도 보유 땅이 줄어들기는 사실상 처음

Bonjour Kwon 2016. 12. 24. 08:11

 

2016-12-23 
   토지매입때는 개발통한 임대수익이 중요…인구증가·개발호재등 보고 장기계획 짜야



지난 21일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밀집 지역. 제주도 부동산 시장이 뜨겁다는 과거의 입소문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했다. 20여 개에 달하는 중개사무소 대다수가 손님이 없었다. 심지어 문을 걸어잠근 곳도 눈에 띄었다. 현장에서 만난 J공인 관계자는 "예전에는 하루 평균 10명 정도 손님이 찾아왔고 그중 절반 이상이 중국 투자자였다"며 "요즘은 하루 한두 명 꼴로 줄었고 중국인 투자 문의는 아예 끊겼다"고 전했다.

한때 '큰손'으로 통하던 중국인들이 제주도 부동산 시장을 떠나고 있다. 투자이민 규제 강화와 악화된 여론, 한중 관계 균열 등의 여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제주 토지면적은 2037만㎡로 지난해 연말에 비해 22만㎡ 감소했다. 외국인 보유토지가 감소한 것은 2002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특히 중국인의 제주 토지 보유면적은 2011년 124만㎡에서 꾸준히 늘어 지난해 말에는 888만㎡에 달했지만 올 상반기 말 853만㎡로 줄어들었다. 중국인들이 기존 보유분 중 3.9%인 35만㎡를 처분하고 떠난 것이다. 중국인의 제주도 보유 땅이 줄어들기는 사실상 처음인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에 대한 중국인 투자는 부동산투자이민제가 도입된 2011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5억원을 투자하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이점이 컸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보면 전체 외국인 보유분 중 중국인의 비중이 41.9%에 이른다.

하지만 투자이민에 따른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제한적이고 난개발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제주특별자치도청은 올해부터 투자이민 적용 대상 지역을 관광단지와 관광지로 한정했다. 여기에다 지난해부터 '사드' 배치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한국 부동산 투자에 대한 중국인들의 경계심리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중국인들이 빠져나가면서 제주 부동산 시장의 열기도 식어가고 있다. 중국인의 집중 매입 대상이었던 토지와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여전한 주택 부문 간 차별화 가능성도 엿보인다. L공인 관계자는 "제주시 한경면 일대 토지의 경우 이달 초만 해도 3.3㎡당 80만원을 불렀는데 지금은 60만원이면 살 수 있다"며 "주택은 그나마 국내 투자자들의 수요가 있지만 토지는 중국인 투자 수요가 줄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인 이탈이 제주 부동산 경기 전반의 급랭으로 이어진다는 시각은 많지 않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TF 팀장은 "지금까지 중국인들의 투자는 실제 땅의 가치와 무관하게 무분별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묻지마 투기 열기가 꺼진 제주도 부동산시장은 다소 한산했다. 지난해 제주도 투자 이민제 대상 지역이 관광지와 관광단지로 제한된 데 이어 올해에는 사드 이슈로 중국인 투자자·관광객이 줄었다. 내국인 투자도 외지인의 농지 취득을 제한하는 규제 등으로 타격을 받았다.

지난 21일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TF 팀장과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 자산가 12명은 제주도를 찾았다. 정치·정책 등 이슈와 관계없이 제주도 부동산은 인구 증가와 국제학교, 신화역사공원 개발 등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자산가들의 첫 방문지는 제주시 애월읍 해안가에 들어선 K카페. 이 카페가 위치한 땅은 현재 소유주가 2002년 3.3㎡당 40만원에 매입했는데, 올해 인근 토지가 3.3㎡당 700만원대에 거래됐다. 땅 위에 지어진 지상 1~2층 연면적 500㎡의 근린생활시설 건물은 보증금 1억원에 연세 1억3000만원을 거둬들이고 있다. 자산가들은 이곳을 시작으로 서귀포시 강정마을까지 서쪽 해안을 돌며 투자할 만한 토지를 살폈다. 제주도는 크게 서제주와 동제주로 나눌 수 있는데, 서제주가 비교적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투자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외지인의 농지 거래가 제한되면서 가격을 대폭 낮춘 토지들이 나오고 있다.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에 건평 120㎡ 단독주택을 갖춘 대지 600여 ㎡는 애초에 호가가 7억원이었지만 이달 5억5000만원으로 가격이 낮춰져 거래됐다.

그러나 최근 가격을 낮춰 나오는 토지 중에는 투자가치가 낮은 물건이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측 설명이다. 제주도는 4차선 도로가 있는 땅에도 상수도가 없는 사례가 많은데, 상수도가 없는 지역은 건축허가를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생태보전지구'나 '경관보전지구'로 분류된 지역도 개발이 어렵다. 경치가 좋은 해안가 자연녹지 지역은 투자가치가 있는 편이지만 가격이 3.3㎡당 300만~1000만원으로 편차가 크다.

서귀포시 토문동의 G공인중개사는 "건축업체 등 법인이 타운하우스 용도 등으로 매입할 수 있는 50억~200억원대 토지 중에는 아직 투자가치가 있는 땅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제주 현장 답사에 참여한 자산가들은 제주가 여전히 투자성이 있다고 말했다. 자녀를 제주국제학교에 보내고 인근 캐논스빌리지 전용 84㎡에 보증금 1000만원, 연세 1500만원으로 살고 있다는 김 모씨는 "여기서 4년만 살아도 임대료가 6000만원이다 보니 아파트 투자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포에 거주하는 다른 참가자는 "토지로는 강정마을 인근과 아파트가 가격이 오르기는 했지만 노형동 등 제주시 중심가를 좀 더 알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준석 팀장은 "토지 투자는 환금성이 떨어지는 만큼 개발, 인구 동향 등을 고려해 10년 내외 중장기적으로 계획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