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구조조정.자산유동화.

이랜드, 계열사IPO로 위기 넘을까. 그룹 공격적 中투자로 재무구조 급속 악화.

Bonjour Kwon 2017. 1. 5. 06:45

 

2017.01.04

이랜드리테일 상장으로 2조원 조달 나섰지만 실제론 1조 밑돌수도

 

 

이랜드그룹이 2년 전 공격적 인수·합병(M&A)과 중국 패션사업 성공으로 재계 순위 30위권까지 올랐던 영광을 되찾기 위한 카드로 뉴코아·의류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계열사 이랜드리테일의 기업공개(IPO)를 꺼냈다.

 

사실 이랜드그룹은 최근 악재에 휘말려 있다. 그룹 지주회사 격인 이랜드월드의 부채비율이 300%가 넘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하면서 부동산 매각 등 강도 높은 자구 노력에도 시장에선 찬바람만 불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은 그룹이 이 같은 위기를 기업가치 훼손 없이 한 방에 해결할 수 방법으로 알짜 계열사의 IPO를 택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은 최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오는 5월께 상장 작업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물론 계획대로 이랜드리테일의 IPO가 흥행한다면 그룹의 정상화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시장에선 이랜드리테일의 IPO 흥행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30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IPO를 한 계열사는 테마파크 기업인 이월드뿐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이 IPO를 그만큼 꺼렸다는 점을 방증한다는 근거에서다.

 

여기에 지난달 말 한국신용평가가 그룹 지주회사 격인 이랜드월드에 대해 재무사정이 악화됐다며 회사채 등급을 BBB-로 하향 조정했다. 이랜드 측은 회사 사정을 있는 그대로 한신평에 알렸다고 설명하지만 시장 평가가 배제된 재무제표로만 회사를 봐야 하는 신용평가사 입장에서는 미래 실적 추이를 과거 데이터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었다.

 

한신평 자료만 살펴보면 이랜드월드 재무사정은 나쁘다. 지난해 9월 기준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317.9%에 달해 전년(303.0%) 대비 자금경색이 심해졌다. 공격적인 M&A에 나선 데다 중국에서 유통망을 빠르게 늘리며 재무 상황이 악화된 측면이 있었다.

 

차입금에 대한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인 `총차입금/EBITDA(이자 및 법인세, 감가상각 차감 전 영업이익)`의 경우 지난해 9월 기준 7.6배로 2014년(5.0배) 대비 대폭 악화됐다. 통상 이 지표는 5배 이하에 머물 때 회사가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랜드그룹 측은 지난해 9월 평가 이후에 부동산 3곳을 2230억원에 팔고, 그룹 패션 부문 영업실적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들어 한신평이 무리한 평가를 내렸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시장 의구심을 한번에 꺾으려면 이랜드리테일 IPO가 성공해야 한다. 문제는 얼마만큼의 자금이 들어올 수 있느냐다.

 

최근 3년간 평균 연간 순이익은 1000억원 정도다. 뉴코아로 대표되는 이랜드리테일 소매사업은 이마트 못지않은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이마트 주가수익비율(PER)이 15배 안팎으로 거래되는 걸 감안하면 PER로 본 이랜드리테일 시가총액은 1조5000억원 선으로 시장에서 논의되는 2조~3조원과는 적잖은 괴리가 있다.

 

김광수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이랜드리테일에 들어와 있는 RCPS(전환상환우선주) 3000억원을 빼면 이랜드월드는 이랜드리테일 지분 63.5%를 들고 있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만약 시총이 1조5000억원이라면 이랜드월드가 확보하는 지분가치는 1조2000억원이다. 경영권을 유지한 채 이랜드 측이 지분을 팔아 확보하는 현금은 이보다 훨씬 줄어든다. 영업이익이 단기간 급격히 반등하지 않는 한 이랜드월드가 총차입금/EBITDA 지표를 안정권인 5.0배로 맞추려면 많게는 2조원에 달하는 자금 수혈이 필요하다.

 

다만 이랜드리테일이 가진 계열사 효과를 인정받아 훨씬 높은 기업가치를 받아들 가능성도 나온다. 이랜드그룹 지배구조상 이랜드리테일 밑으로 상장사인 이월드를 비롯해 줄잡아 20여 개에 달하는 자회사와 손자회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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