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구조조정.자산유동화.

한진해운 결국 청산으로.금융논리만 앞세운 탁상선비 무책임 선무당. 한국해운업좌초…국가경쟁력후퇴.후폭풍! 기업구조조정 ‘헛발질’.조선업마저?

Bonjour Kwon 2016. 12. 14. 07:54

2016.12.

 

 해운산업 구조조정이 결국 ‘한국 해운업 몰락’을 불러온 실패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5대 취약업종 구조조정’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셈이다. 전문가들은 국정 공백으로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나머지 산업 구조조정까지 차질이 빚어진다면 국가 경쟁력의 추락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 해운업 몰락의 후폭풍

 

 13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이날 한진해운의 청산가치가 존속가치의 2배에 이른다는 내용의 실사결과를 보고했다. 해운업계에서는 한진해운 청산은 이미 예정된 수순으로 보고 있다.

 

 현대상선 상황도 만만치 않다. 현대상선은 세계 1, 2위인 머스크와 MSC가 연합한 2M 정식 가입을 노리다 ‘전략적 협력’이라는 반쪽짜리 성과만 거뒀다. 한진해운의 빈자리를 메우기는커녕 글로벌 해운업계의 ‘치킨게임’ 속에서 독자 생존마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 후폭풍은 고스란히 수출업계가 맞게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북미 수출물량의 56%를 한진해운에 맡겼다. 9월부터 한진해운 영업이 중단되면서 대부분의 일감은 글로벌 선사에 넘어갔다. 현대상선이 10월 중순 북미 정기노선을 하나 신설했지만 턱없이 부족해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적선사와 해외선사 간 운임 차이가 나는 데다 급히 대체 선박을 구하느라 운송비가 꽤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 ‘금융논리’에 희생된 ‘산업 경쟁력’

 

 해운업 구조조정이 실패한 것은 금융논리만 앞세운 정부의 패착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주주와 경영진, 채권단 등이 책임을 분담해 도덕적 해이를 막는다”, “소유주가 있는 기업은 유동성을 스스로 조달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이 원칙은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8월 하순까지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을 거부한 근거가 됐다. 긍정적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핵심목표가 돼야 할 ‘산업 경쟁력 강화’는 뒷전이었다는 비판을 피하진 못했다. 기업별 채무 조정에만 신경을 썼지 한국 해운업 전체에 대한 밑그림은 전혀 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대상선은 당초 한진해운이 속해 있던 ‘디 얼라이언스’ 가입을 원했지만 한진해운의 반대로 무산됐다. 현대상선은 이에 7월 2M 가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채권단은 3대 전제 조건인 채무 조정, 용선료 조정, 해운동맹 가입을 모두 만족했다는 근거로 출자 전환을 결의해 현대상선을 살렸다. 그러나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가자 2M이 돌변했다. 한진해운을 견제하려 끌어들인 현대상선의 효용 가치가 크게 줄어서였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과 현대상선의 미진한 2M 협상은 미봉책에만 집중한 정부와 무책임한 기업의 합작품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 조선업도 해운업 전철 밟을까 우려

 

 첫 스타트를 끊었던 해운업부터 걸음이 꼬이면서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나머지 산업의 구조조정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 특히 탄핵 정국으로 인해 경제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어서 구조조정이 ‘공염불’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조선업은 올해 1∼11월 수주량이 163만 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로 전년 동기(1030만 CGT) 대비 15.8% 수준에 그치고 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이 기업별로 ‘몸집 줄이기’가 한창이지만 산업 경쟁력 강화와는 거리가 있다.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전적 구조조정 기회를 놓쳤던 해운업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특히 대우조선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모두 2조8000억 원의 자본 확충이 29일에 마무리되지만 소난골 해양플랜트 인도가 지연되는 등 수주에서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2018년에는 업황이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고 당초 ‘빅2’에서 ‘빅3’의 현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구조조정 플랜을 내놓았지만 업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도 마찬가지다. 유가나 원자재가 하락의 혜택을 본 대기업들은 올해 깜짝 실적을 냈지만 중소업체들의 아우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내년에는 철강, 그 다음은 석유화학이 걱정되는데 모두 구조조정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강유현·정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