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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기업 해외 M&A 늘어나는 건 ′세금회피′ 때문?

Bonjour Kwon 2013. 10. 11. 06:31

 

 어플라이드-도쿄일렉 합병법인 네덜란드에..세금 덜 내려는 수법

 

 2013-10-10 14:50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전 세계 정부가 가히 ′세금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자와 세금을 거두려는 자 간의 꼬리잡기야 오래 전부터 계속된 구조이지만, 각국 정부들이 위기 이후 재정을 강화하기 위해, 혹은 부실한 재정을 양호하게 만들기 위해 숨은 세원 찾기에 안간힘이다. 세무조사의 기법은 날로 발전하고 있지만 ′쫓기는 자′들의 세금 회피, 탈피 수법 역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들 다수는 공공연히 조세회피처(Tax haven)를 십분 활용해 왔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스타벅스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업들이 대개 다 그렇다. 

 

 이들 기업은 미국에서만 세금 납부를 피하는게 아니라 영국 등 유럽 국가에서도 세금을 피하려 갖은 노력을 해오다 비난까지 받고 있다. 스타벅스의 경우 영국 매장에서 낸 매출을 네덜란드 등에서 커피 원두를 사들인 것으로 처리하는 편법을 이용해 세금을 피해 오다가 영국 정부의 끈질긴 추궁에 밀려 결국 상당량 토해내기도 했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와 도쿄일렉트론은 인수합병(M&A)을 결의했으며 합병 법인은 네덜란드에 두기로 했다. 이는 법인세를 피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출처=블룸버그)

 

 미국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M&A)한 뒤 미국 국적을 포기하는 것 또한 세금 회피의 주요 수단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와 도쿄일렉트론이 합병을 결정했고, 합병 법인(지주회사)을 네덜란드에 두기로 한 것이 바로 그런 예라고 8일(현지시간) 지적했다.

 

 M&A 자문을 하는 폴 헤이스팅스의 세금부문 파트너 앤드류 M.쇼트는 "우리 업무의 대부분은 다국적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면서도 역외 활동에 대한 세금을 덜 낼 수 있는 지를 고민하는데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법인 도치(Corporate inversion)′로 알려져 있는 세금회피 수법은 이미 널리 이용돼 왔다. 버뮤다, 케이만군도, 아일랜드 같은 법인세율이 낮은 곳에 법인을 두는 식. 그러나 조세 당국들의 추적이 최근 수년간 강해지면서 단순히 이런 곳에 사업을 하지 않는 ′유령 법인′을 두는 것만으론 과세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그래서 아예 핵심 사업지를 옮겨가는 쪽을 택하고 있으며, 이런 방법으로 해외 M&A가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가 지난달 25일 도쿄일렉트론과 합병한 이후 부담할 실효세율은 17%로 떨어진다. 합병 전 22%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

 

 작년엔 클리블랜드주 소재 전력사 이튼 코퍼레이션이 아일랜드의 쿠퍼 인더스트리즈를 인수하면서 법인을 그 쪽에 다시 세워 세금을 덜 냈다. NYT는 이 회사가 합병 법인을 미국 밖에 세운 결과 연간 1억6000만달러를 절감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7월엔 광고대행사 옴니콤이 프랑스 경쟁사 퍼블리시스 그룹을 인수했는데, 이 둘의 합병법인 역시 네덜란드에 세워져 연간 약 8000만달러를 세금을 덜 내는 것으로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약사 페리고 역시 아일랜드 제약사 엘란을 인수해 같은 효과를 누렸다.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12.5%에 불과하다. 35%에 달하는 미국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따라서 이렇게 M&A를 통해서든 아니든 조세회피처에 법인을 둠으로써 내지 않은 세금은 누적적으로 상당할 수밖에 없다.

 

 (출처=텔레그래프)

 

 거의 최초의 법인 도치식 세금 회피는 1982년 오일 가스 업체인 맥더모트(McDermott)가 파나마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나타났다. 그리고 12년 후 드라이어 등 가전을 만드는 헬렌 오브 트로이가 버뮤다로 옮겨가는 등 소수였다. 따라서 미 국세청(IRS)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고 제재가 가능했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다시 이런 추세가 붐을 이뤘다. 타이코가 1997년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한 분명한 목적으로 버뮤다로 옮겨갔고, 프루트 오브 룸이 케이만 군도로, 잉거솔-랜드가 버뮤다로 간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러자 의회가 이런 이전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게 됐다.

 

 2004년 미국고용창출법(American Jobs Creation Act of 2004)은 이런 법인 이전을 좀 더 어렵게 했다. 법인을 새로 만들려는 곳에서 실질적인 사업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못박은 것. 또 이런 실질적인 사업이라는 것은 해당국에서 있는 자산과 수입, 임직원 비중이 25%는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이를 효율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편으로 외국 기업의 지분이 20%를 넘도록 하는 것, 즉 M&A가 활용된 것이다. 

 

 텍스 어낼리스츠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틴 A. 설리반은 "이렇게 법인 도치를 통해 4개 대형 정유사들은 지난 10여년간 40억달러를 남겼다"고 추정했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