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문

자문형 사모펀드 편법 운용 논란 2011.02.07 07

Bonjour Kwon 2011. 2. 9. 15:54

중소형운용사 사모펀드 설정...실제 운용은 자문사가 좌지우지

 

일부 증권사들과 은행들이 PB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는 자문형 사모펀드가 실제로는 투자자문사에 의해 간접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모펀드를 설정할 수 없는 자문사가 자산운용사의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종목선정 뿐만 아니라 트레이딩에도 관여하고 있다.

현재 자본시장법은 자산운용사와 자문사간 포트폴리오 및 자문 계약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운용사는 자문사에 일임운용을 맡길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운용이 자문사에 의해 대부분 이뤄지고 있어 법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판매사-운용사-자문사...이해관계 얽힌 자문형 사모펀드

현재 자문형 사모펀드는 일임운용을 할 수 없는 은행과 일부 증권사가 판매하고 있다. 사모펀드는 50인 미만의 수익자만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주로 1억원 이상 투자할 수 있는 PB고객이 마케팅 대상이다.

특히 자문형 사모펀드의 운용수수료는 자문형 랩에 비해 약 1%포인트가 낮은 연 2% 수준이다. 이같은 이점을 활용해 증권사보다는 주로 은행권에서 자문형 랩에 대항해 지난해부터 중소운용사들과 손잡고 판매하고 있다.



시중은행 PB팀장은 "금융위기직후 리스크관리에 중점을 뒀던 은행들이 최근 들어 PB영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증권사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증권사의 자문사 연계형 일임형 랩에 맞서기 위해 특정금전신탁 또는 사모펀드를 판매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 있듯이 한국창의 등 유명 자문사를 앞세운 자문형 사모펀드가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다"며 "판매과정에서 실제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의 이름을 굳이 언급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재 은행권에서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자문형 사모펀드를 판매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6월부터 한국창의 등 9개 자문사에서 자문을 받는 30개의 자문형 사모펀드를 내놨다. 국민은행은 한국창의투자자문 등 10여개의 자문형사모펀드를 판매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자문형 사모펀드는 현재 1000억원이 넘게 판매됐다"며 "증권사에 대응하면서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한 (한국창의)자문형 사모펀드를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운용보수는 자문형 랩보다 훨씬 낮은 연1.6%이며 목표수익률은 10%"라며 "이를 달성하면 자동으로 청산되며 수요에 따라 또 다른 (패밀리)펀드가 설정된다"고 덧붙였다.

신한은행 역시 누적 판매잔액은 3000억원이며 이중 1000억원 정도가 목표달성돼 청산되거나 전환돼 운용되고 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에서 판매되고 있는 자문형 사모펀드는 모두 현대자산운용이 운용을 맡고 있다.

플러스자산운용은 지난해 2월부터 AK, 알바트로스, 플러스 등의 자문을 받는 사모펀드를 운용중이다. 설정펀드는 AK 3개, 알바트로스 3개 등 총 8개다. 판매사는 국민은행으로, 특정금전신탁을 씌워 판매되고 있다.

증권사 중에는 푸르덴셜증권이 네오투자자문 등 4곳의 자문을 받는 사모펀드를 판매하고 있다. 운용은 메리츠자산운용이 맡고 있으며 4개 펀드중 2개는 12%의 목표수익률을 달성한 후 청산됐다.

◇ 운용사 사모펀드 설정 역할뿐...MP선정·운용은 자문사 몫

자문형 사모펀드는 형식적으로 자문은 자문사, 운용은 자산운용사로 역할이 나누어져 있다. 그러나 실제 운용의 중요한 과정이 자문사에 의해 이루어지고 자산운용사는 보조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자문형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수탁고가 많지 않은 중소형운용사들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문형 사모펀드 설정 및 운용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자문사의 포트폴리오를 받아 운용하고 있어 자산운용사의 정체성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문사가 제공하는 MP(모델 포트폴리오)를 거의 90% 이상 복제해 운용하고 있다"며 "실제 운용지시 역시 자문사의 MP 리밸런싱에 의해 트레이딩(종목투자비중 조절)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자본시장법은 자산운용사가 투자자문사에 일임운용을 위임할 수 없도록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운용과정에서는 자문사의 입김이 상당부분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결국 자산운용사는 사모펀드라는 껍데기를 빌려주는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며 "특히 판매사들이 최근 상종가를 치고 있는 한국창의, 브레인 등 유명 자문사를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이같은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은 자문형 사모펀드 운용과정에서 불합리적인 요소가 발견된다면 자본시장법 개정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문형 사모펀드가 자문사에 의해 간접 운용되고 있다면 운용사의 고유 역할에 대한 비난이 제기될 수 있다"며 "개정 예정인 자본시장법에 이런 부분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문사가 사모펀드 라이선스(공모펀드 제외)를 취득하는 방안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국회일정 등을 고려할 때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정확히 언제 통과될지는 단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올해 상반기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사모펀드 운용주체를 투자자문사까지 확대할지 여부와, 운용규제·리스크 관리 등 규제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이달 초 금융위 내부 회의에서 자본시장법의 공모·사모펀드 규제 완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3일 신년사에서도 규제 완화 의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