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국내銀 사업모델 없어 현지화 부진".국내잔출 중국 ᆞ일본은행은 펄펄 !

Bonjour Kwon 2014. 7. 17. 09:22

2014.07.15 17:42:54 입력, 최종수정 2014.07.15 19:38:15

"한국에서 온 직원들은 영업이 아니라 (한국에서 온 임원들)접대하기에 바쁘다. 현지 수요를 고려한 사업모델에 대한 고민과 전략이 부족하다."

 

국내 시중은행 중국법인에서 일했던 A씨는 한국 직원들 모습을 이렇게 평가했다. 대부분 현지 금융당국 규제를 탓하지만 정작 내부적으로는 현지인과 기업들 수요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반성했다. 중국 고금리와 일본 제로금리 사이에서 금리 차이만 잘 활용하면 이익을 낼 수 있는 한국계 은행들이 정작 반대로 두 나라 금융회사들에 영업력을 빼앗기고 있다.

 

일본에서 한국계 은행에 예금을 하면 연 2.5% 수준으로 높은 금리를 준다. 일본 현지 은행보다 훨씬 높은 금리지만 한국에서 중국계 은행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처럼 예금이 늘지는 않고 있다. 윤건인 전 외환은행 도쿄지점 본부장은 "일본에서는 한국보다 금리가 더 높은 호주나 뉴질랜드 외화예금에 돈이 몰리지 한국계 은행으로 예금이 몰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중국에서 한국 대기업에 대한 대출은 HSBC나 SC은행 같은 글로벌 은행과 중국계 은행들이 장악하고 있다. 한국의 저금리를 활용해 중국 내에서 대출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현지법인에서 근무했던 B임원은 "중국에서 일본 대기업들은 90% 이상 일본계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다"며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한국계 은행들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지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위안화로 받아야 하는데 한국계 은행들은 위안화 대출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대기업들 설명이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ㆍ중소기업들도 초기 자금은 한국계에서 조달하지만 기반이 잡히면 중국 은행들로 옮기는 상황이다. 지만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들 중에서도 한국계 은행 수익성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며 "국내 은행들이 레드오션인 한국 고객을 상대로만 집중적으로 영업해 현지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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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고금리 예금 日-저금리 대출로 공략

대중·대일 `금융역조` 갈수록 심각해져

 

한ㆍ중, 한ㆍ일 금융 역조 현상은 제조업은 몰라도 금융 분야에서는 한국이 여전히 후진국임을 보여준다. 오히려 중국계 은행에도 밀리는 양상이다.

 

한국 금융회사들이 환율과 금리로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중국계와 일본계 은행들은 오히려 금리 차이를 이용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원화보다 국제화된 자국 통화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는 모습이다.

 

지난해(2013년 4월~2014년 3월) 일본계 3대 은행(미쓰비시도쿄UFJㆍ미즈호ㆍ스미토모) 지점이 한국에서 거둔 순이익은 4000억원에 육박한다. 특히 미쓰비시도쿄UFJ 은행은 1637억원을 기록해 다른 모든 외국계 은행 서울지점을 제치고 외은 지점 중 순이익 1위에 올랐다.

 

일본 은행들은 일본 현지에서 저금리로 조달한 돈을 한국 대기업에 대출해주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5%인 데 반해 일본에서는 사실상 제로금리가 유지되고 있는 점을 활용했다. 한국에도 자금은 넘쳐나지만 기업으로서는 일본을 통해 빌리는 돈이 금리가 훨씬 낮다. 롯데를 비롯해 포스코, 현대차 등 많은 기업이 일본계 은행들과 거래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그렇다고 금리만 탓하기엔 한국에 진출한 중국계 은행들 약진을 무시할 수 없다. 오히려 고금리로 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계 은행들은 중국 본토의 고금리를 내걸고 한국에서 위안화 예금을 유치하고 있다. 국내 정기예금 금리는 2%대 중반인 데 반해 중국 은행에서 판매하는 위안화 예금 금리는 3%대 초반이다. 이런 금리 차이를 보고 기관투자가들이 위안화 예금이나 위안화 예금을 기초로 하는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2억6000만달러에 불과했던 거주자 위안화 예금은 올해 6월 말에는 119억7000만달러(약 12조원)까지 늘어났다. 무려 46배나 급증한 셈이다.

 

엔화ㆍ위안화가 원화보다 더 국제화됐다는 점도 중요한 경쟁력 차이다. 일본 엔화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기준으로 세계 4위 결제통화(2.21%)다. 중국 위안화도 7위(1.47%)로 빠르게 순위가 올라가고 있다. 반면 한국 원화는 20위권 밖에 처져 있다.

 

 

중ㆍ일 은행들이 한국보다 크고 글로벌화돼 있다는 점도 큰 차이다. 중국계 은행은 세계 10대 은행 중 4곳이 속해 있다. 공상은행과 건설은행은 각각 1위와 2위다. 미쓰비시UFJ 은행도 10위에 올라 있다. 반면 한국계 은행 중 가장 높은 KB금융지주는 순위가 68위에 불과하다.

 

은행권뿐 아니라 카드ㆍ저축은행 같은 소비자금융 업계에도 일본ㆍ중국 업계가 무섭게 치고 들어오고 있다. 일본계 금융지주사인 J트러스트는 대부업체와 친애저축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SC저축은행ㆍ캐피탈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 자산 1위인 SBI저축은행도 일본계로 전국에 지점망을 갖추고 성업하고 있다. 중국 최대 온라인 결제업체인 알리페이와 은련카드는 국내에 급증하는 중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지급 결제 분야에까지 영향력을 뻗치고 있다. 그야말로 한국 금융시장을 중국과 일본에 고스란히 내주고 있는 형국이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과 중국 금융사들이 금리 격차, 규제 환경, 수요 변화 등 여러 경제 상황 흐름을 활용해 수익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