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온라인 뱅킹시대에 문 연 오프라인 점포.3년간 점포 500개 없애고 180곳 신설

Bonjour Kwon 2018. 5. 23. 07:22

 

2018.05.22

…은행 투트랙 전략

 

금융권의 오프라인 점포 통폐합 분위기에서도 주요 은행이 최근 3년간 180여 개 신규 점포를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뱅킹 시대에 신설된 오프라인 점포는 은행들 미래 전략과 금융 수요 트렌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22일 KB국민·KEB하나·신한·우리·NH농협 등 5개 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은 올해 들어 총 23개(평균 4.6개) 신규 점포를 냈다. 2015년부터 최근까지 신설한 점포는 총 182개다. 국민은행이 3년간 63개 점포를 내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

 

이어 농협·신한은행이 각각 31개, 우리은행 29개, 하나은행이 28개 지점(또는 출장소)을 신설했다.

 

은행들은 그동안 꾸준히 지점을 축소하거나 통폐합해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국 은행 점포 수는 2012년 7835개로 정점을 찍은 이후 내리막을 탔다. 특히 지난 연말에는 6971개로, 전년 대비 310개나 줄어 연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주요 5개 은행 점포 수는 금융감독원 통계상 지난해 말 기준 총 4726개로, 2015년 말에 비해 2년 만에 367개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뱅킹 서비스가 보편화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소규모 지점을 없앤 결과다.

 

그러면서도 은행들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점포를 신설하고 있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우량기업이 밀집하거나 아파트 단지가 생기는 곳에는 점포를 만들어 적극적인 대면 영업을 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점포는 여전히 고객과의 만남이 이뤄지는 접점으로서 다른 판매 채널보다 전략적인 중요성을 갖고 있다"며 "노년 세대의 금융 접근성 보장 등을 위해 점포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설 점포가 들어선 지역을 유형별로 보면 △인구·기업이 유입되는 도시개발 지역 △유스(Youth) 고객이 많은 대학가 △이색·혁신 점포가 어울리는 지역 등으로 나뉜다.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사람이 모이는 곳에 점포를 낸다는 전통적인 공식이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 개점한 농협은행의 서울 마곡역지점은 마곡산업단지 부근에 위치해 있다. 농협은행은 올해 2월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인근에 동탄역지점도 새로 열었다. 모두 거주자와 기업체 입주가 늘어나 새로운 상권이 만들어진 곳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들어서만 9개 지점·출장소를 신설했다. 현대제철당진, 제주신화월드,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LG사이언스파크 등 주로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출장소를 세웠다.

 

미래 고객인 2030 청년층을 잡기 위한 쟁탈전도 활발하다. '젊음의 거리'로 통하는 홍익대 부근이 대표적이다. 은행들은 젊은 층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복합문화시설과 서비스 등으로 활기찬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4월 홍대 앞 중심 거리에 문화 공간 'KB락스타 청춘마루'를 개관했다. 은행 창구만 들여놓은 게 아니라 공연·전시·강연 등 문화예술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개소식에서 "청춘마루를 통해 젊은 층 고객 눈높이에서 함께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신한은행도 같은 시기 홍익대지점을 개점했다. 입출금 등 창구 업무 대부분은 영업점 내에 마련한 '디지털존'에서 셀프뱅킹으로 간단히 처리할 수 있게 했고, 미술·디자인으로 유명한 홍대 특성에 맞춰 '디지털 갤러리' 공간에 공들였다.

 

이색 점포들도 지역 정체성과 맞물려 확산하는 추세다. 낮 시간 동안 은행을 이용하기 힘든 곳을 위주로 도입된 '탄력점포'가 대표적이다. 경기 안산, 의정부 등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곳이나 관공서 소재 점포 등을 위주로 오후 4시 이후에도 영업하는 은행 점포가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673곳에 달한다.

 

문화를 입힌 이색 점포도 눈길을 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부터 '컬처뱅크'라는 콘셉트로 은행과 비금융 문화 콘텐츠를 융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서울 방배서래지점은 '공예', 이달 초 선보인 광화문지점은 '책'을 주제로 내부 공간을 꾸몄다. 이 은행 관계자는 "향후 여행·가드닝 등 다양한 테마로 점포를 차별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예·적금, 대출 같은 단순 은행 업무뿐 아니라 종합자산관리를 앞세운 복합점포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그룹 계열 소속 전문가가 함께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고 투자자문 컨설팅을 해주는 점포다. 신한금융이 현재 51개에서 연내 총 70개의 복합점포를 목표로 하고 있고, KB금융도 지난 3월 경북 김천에 52호점을 낸 뒤 연내 65호점까지 늘릴 계획이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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